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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한 달이 통째로 지나갔는데 나스닥이 고작 0.08%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저는 이 수치를 보고 솔직히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파고들수록 단순한 숨 고르기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지금 미국 주식 시장 하락에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적 이유가 얽혀 있었습니다.
AI가 만든 구조적 변화, 기회인가 위협인가
일반적으로 AI는 기업 생산성을 높여주는 도구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최근 시장 흐름을 살피면서 그 인식이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2025년 2월 초, 앤트로픽이 AI 에이전트 기능을 공개하자마자 단 하루 만에 소프트웨어·금융 서비스·자산 운용 섹터에서 무려 2,850억 달러가 증발했습니다.
이 현상을 블룸버그는 '사스 포칼립스(SaaS Apocalypse)'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여기서 SaaS란 넷플릭스처럼 매달 구독료를 내고 쓰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지난 10년간 미국 기술주 성장의 핵심 엔진 역할을 해왔던 바로 그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문제는 이 모델의 수익 공식이 '직원 1인당 이용권 1개'라는 단순한 구조에 기반해 있다는 점입니다. AI 에이전트 하나가 직원 수십 명 몫을 처리하면 사장 입장에서 굳이 이용권을 수십 개 살 이유가 없어집니다.
법률 정보 기업 톰슨 로이터는 하루 만에 20% 넘게 빠졌고, 정보 분석 기업들도 30%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종류의 낙폭은 단순한 공포 매도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대한 의심이 생겼을 때 나타납니다. 실제로 골드만 삭스가 집계하는 미국 소프트웨어 주식 바스켓 지수가 하루에 6% 폭락했는데, 이는 관세 충격 이후 처음 보는 수치였습니다.
더 무섭게 느껴진 부분은 이 충격이 소프트웨어 섹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UBS 분석에 따르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사모 대출 시장의 약 4분의 1이 바로 이 비상장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물려 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흔들리면 그 돈을 빌려준 금융사도 동반 타격을 받는 구조입니다.
연준 통화정책 변화와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케빈 워시의 연준 의장 지명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금 가격이 하루 만에 9% 이상 급락하고 은은 30% 넘게 빠졌습니다. 2013년 이후 최대 낙폭이었습니다. 제가 이 뉴스를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연준 의장 지명 하나로 이렇게 즉각적인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거든요.
워시는 과거 양적 완화(QE)를 강하게 비판했던 대표적인 매파 인사입니다. 여기서 양적 완화란 중앙은행이 채권을 직접 사들여 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정책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경기가 나쁠 때 돈을 풀어 주식 시장을 떠받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수장 자리에 돈줄을 죄겠다는 성향의 인물이 앉게 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믿어온 안전망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여기에 관세 문제가 겹칩니다. 2026년 1월 기준 미국의 평균 수입 관세율은 17%까지 상승했습니다. 1932년, 즉 대공황 시절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실제로 1월 ISM 제조업 지수를 보면, 기업들의 원자재 및 부품 투입 비용이 이미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는 신호가 잡혔습니다. 관세가 말폭탄이 아니라 실제 비용으로 장부에 찍히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최악의 경제 시나리오를 말합니다. 물가가 오르면 연준은 금리를 내리기 어렵고, 금리가 내려오지 않으면 기업 이자 부담이 커지며, 소비도 위축됩니다. 주식 투자자들이 유독 이 시나리오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 변수
2025년 2월 초,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과 이란이 직접 충돌 직전까지 치달았습니다. 미 해군 항공모함 인근에서 미군 F-35가 이란 드론을 격추했고, 민간 유조선 보호를 위해 F-16이 긴급 출격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유가가 3%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좁은 수로입니다. 여기가 막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달라스 연준 분석에 따르면 WTI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합니다(출처: 달라스 연방준비은행). 글을 쓰는 시점 기준 WTI가 63달러대였으니, 약 60% 폭등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유가가 오르면 다시 물가가 오르고, 연준은 금리를 내리지 못합니다. 관세 충격과 완전히 같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제 경험상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악재가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밀려올 때입니다. 지금이 딱 그 상황처럼 느껴집니다. 에너지 섹터가 기술주와 반대로 움직이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지금 어떤 기업을 봐야 할까: 종목 선별의 기준
이런 복합적인 하락 환경에서 저는 "좋은 기업을 사면 무조건 오른다"는 믿음이 얼마나 느슨한 생각이었는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과거에는 빅테크와 SaaS 대장주를 나란히 담으면 됐지만, 지금은 그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기술주 전체가 약세이던 날, 팔란티어는 홀로 6%대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70% 급증했고, 특히 미국 민간 매출이 137% 폭증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팔란티어가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과 다른 이유는 수익 구조에 있습니다. 좌석 수(인원)가 아니라 AI 도입 성과와 가치 기반으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AI가 인원을 줄여도 오히려 매출이 느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반면 페이팔은 2025년 2월 초에 장 중 20% 가까이 빠졌습니다. 4분기 결제 이용자 수 증가율이 전년의 6%에서 1%로 주저앉은 탓입니다. 스트라이프, 아디엔 같은 기술 중심 경쟁자들에게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파이퍼 샌들러 애널리스트는 구독 기반 모델이 AI 코딩 도구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이유로 세일즈포스, 어도비 같은 기존 SaaS 대장주들의 투자 의견을 하향했습니다.
월가 기관들이 지금 이미 로테이션에 투자하고 있다는 신호도 보입니다. 레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성장주보다 가치주를 선호하는 전술적 배분으로 전환했습니다. 블루웰 그로스 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해는 기업이 AI의 승자인지 먹잇감인지가 결정되는 해"라고 못 박았습니다.
지금 종목을 볼 때 체크해야 할 핵심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매출 구조가 인원 기반인지, AI 성과 기반인지 확인할 것
- 해당 기업이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정보·서비스 영역인지 점검할 것
- 불확실성이 클수록 안정적인 현금흐름(FCF)을 가진 기업을 우선할 것
- 트럼프 행정부의 1.5조 달러 국방 예산 확대 수혜 여부를 확인할 것
AMD의 4분기 주당 순이익이 시장 예상치인 1.32달러를 크게 웃도는 1.53달러를 기록한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레이어는 흔들려도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 자체는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출처: AMD 공식 IR).
지금 시장을 보면서 제가 내린 판단은 하나입니다. 지수는 내리고 있지만 돈이 사라진 게 아니라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S&P 500 다수 종목이 오히려 상승했고, 러셀 2000 중소형주 지수는 플러스로 마감한 날도 있었습니다. 기술주에서 빠진 돈이 에너지, 유틸리티, 방산으로 흘러가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결국 2025년 투자는 지수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이 구조적 변화 속에서 살아남을 기업을 골라내는 능력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기 뉴스에 흔들리기보다 긴 흐름을 읽는 연습이 지금 가장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다양한 자료와 본인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스스로 내리시기 바랍니다.